bookmark_border셧업앤댄스

“원준아,
에어로빅은 어때?
재밌어?”

“아니 재미없어
근데 할거야” – 64화

“사실… 에어로빅은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고
좀 창피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멋지게 최선을 다하는거야!” –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면서. 65화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할 일도 있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 가네시로 가즈키 (이교도들의 춤中) 66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던 셧업앤댄스 웹툰이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가볍던 이야기가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이고 연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꿈이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되고,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그 꿈을 진짜로 사랑하는가?
내가 정말로 그 꿈을 좋아했던가?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웃고 있지 않은가?

춤을 춥니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인것처럼 춤을 춥니다.
그냥 춥니다. 끝까지 춤을 추는 겁니다.

묻고 의심하고 의식하는 순간 나의 춤은 흩어지고 무너집니다. 끝까지 춤을 춥니다. 춤판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춤판이 기다립니다. 그 춤이 잘못된 춤이라면 더 좋습니다. 그 끝에 더 좋은 춤판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지금 추고 있는 춤의 순간 순간에 집중할 뿐입니다. 동작 하나하나에 말이죠.

아이들 하나 하나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 문제들은 다른이가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하나 하나 문제를 풀어갑니다.
함께 가면 됩니다. 옆에서 들어주기만 해도 됩니다. 그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고 스스로 그 문제들을 대면하며 풀어가면 됩니다.
그러니 나는 그 옆에서 (그와 연대하며) 나의 일을 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에어로빅을 함께 배우고, 함께 콜라를 나눠마시며 함께 웃고 떠들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문제들은 하나 하나 해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bookmark_border선물

선물

나에게 없던 것인데
내가 한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생각지도 않은 어느날
그냥 내게 주어진 선물

깜짝 놀라고
감사하고
생각만으로도
흐믓하기만 한 선물

오늘 하루가
이 파아란 하늘이
선물이 아니면 무엇일까

달려가며
흐믓하게 생각나는 당신이
선물이 아니면 무엇일까


2017년 5월 27일 자전거 타고 퇴근하다 하늘을 보고 쓰다.

bookmark_border만일

만일

만일 당신이
내 아내가 아니었다면
저런 여자와 사는 남자는
얼마나 좋을까 하여
심술이 나 잠 못 이뤘을 것이요.

만일 네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착하고 예쁜 딸을 둔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하여
부러워 잠 못 이뤘을 것이네.


2017년 6월 30일 소설 속 “당신이 내 남편이 아니었으면 성인인줄 알았을거야” 구절을 읽고 쓰다.

bookmark_border가을 하늘

가을 하늘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어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저기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영원히 붙들어 매어 놓고 싶어
사진을 찍는다

훗날 바람 불어와 폭풍이 와도
저런 파란 하늘이 있었음을
그리고 다시 있을 것임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어느날 충만한 사랑의 마음이
별안간 내게 찾아왔을때
그 마음을 찍어 놓을
사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훗날 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이 절망과 권태로 물들어
그냥 여기서 포기하고 싶을때

나에게 그런 사랑이 있었음을
그리고 다시 있을 것임을 잊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런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7년 9월 4일 자전거로 퇴근하다 하늘이 아름다워 쓰다.

bookmark_border도이야, 안녕

도이야, 안녕

언젠가 그 곳에서
내가 너를 다시 만날때

그때,
가시 세우지 말고
두려워 헤매이고 있을 나를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줄 수 있겠니?

너의 가시가
너의 진심이 아니었음을
나는 알아

나의 가시가
나의 진심이 아니었음을
너도 알아주길 바래

너와 내가
서로 다르지 않기에

내가 너를 만나는 날까지
나는 나의 챗바퀴를
너처럼 최선을 다해 돌려야겠지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도이야 안녕


2017년 9월 8일 고슴도치 도이를 보내고 쓰다.

bookmark_border길 위의 하루

길 위의 하루

지도를 펼쳐 오늘은 여기까지라 찍고
그곳에 다다르면 좋고
아니어도 좋은 하루
그러나, 열심히 분발하는 하루

단지 할일이라곤
궁뎅이를 안장에 얹고
페달만 밟으면 되는 하루
그러나, 어느때보다 풍요로운 하루

잠시 페달을 멈추고
풍경을 즐기고,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는 순간 순간이 좋은 하루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하루

지나다 만나는
더 멋져보이는 곳
더 즐거워 보이는 사람
더 좋아 보이는 목적지
그러나, 눈길 한번 슬쩍 주고 나의 길을 가는 하루


2017년 10월 말 아내와 제주도 자전거 여행 후 쓰다.

여행에서의 하루 하루를 끄집어 댕겨서 오늘 하루 하루로 가져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bookmark_border가을

가을

가을입니다.
노랑물 빨강물 드는 가을입니다.

아니, 노랑물 빨강물 드는게 아닙니다.
드디어 나무는 초록물을 버리고 있습니다.

나는 노랑이었다고
나는 빨강으로 태어났다고

겨울 오기전 마침내 소리치는 가을입니다.


2018년 10월 22일 사무실 앞 단풍나무가 아름다워 쓰다.

살다보니 나도 물들어 초록입니다.
겨울 오기전, 나도 마침내 초록물 버리고 나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bookmark_border카프카의 <변신>

  • 저자 : 프란츠 카프카
  • 역자 : 전영애
  • 출판사 : 민음사

로쟈와 함께 문학 속의 철학 읽기2

  • 카프카의 <변신>- 변신의 의미와 한계
  • 20세기 문학의 대표작
    – 카프카의 문학 행위는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해서
    – 체코인. 독일어로 씀. 동화된 유대인
    – 문학 자체가 사적
  • 카프카
    – 1883 ~ 1924
    – 아버지 : 자수성가. 성공한 유대인, 단단한 체구. 프라하. 상류층(7%)을 위해 독일학교에 보냄. 프라하의 상류층.독일인. 유대인은 낮은층.
    – 남동생 둘은 일찍 사망. 여동생 셋은 나치 수용소에서 사망
    – 부모의 기대. 원망하지는 않음.
    – 하루키가 비슷. 해변의 카프카
    – Kafka : 자모자자모음. Samsa : 잠자. Bende. 자신의 분신들
  • 막스 브로토(친구)가 유언 집행
    – 1912. 변신
    – 1914. 소송
    – 1922. 성
  • 부자 관계를 다루고 해결하고 싶었던…
    – 글쓰고 싶은 자신의 욕구 vs. 아버지의 기대
    – 어느 한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음.
    – 선고(판결) – 게오르크 반데만.
    러시아 친구(예술가) vs. 게오르크(시민)
    아버지 : 더 아들 같은 vs. 익사형을 선고
    시민과 글쓰기
    양립 가능한것 같지 않아 파혼
    –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건의 책 분량. 항의.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는 않음(어머니에게 보냄)
  • 변신
    – 벌레
    카프카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독자만 알아듣는
    – 그레고지 잠자
    외판원. 아들. 오빠 -> 나중에 ‘그것’이 됨 (벌레) -> 식음전폐. 스스로 죽음 -> 가족의 행복을 기대.
  •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였지만 부모를 사랑. 복종.
    – 어린 기억. 어린 카프카 물마시러 ‘똑똑’
    – 무죄 vs. 유죄
    – 둘은 해소되지 않고 끝까지 유리.
  • 시민사회에서 예술가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 부조리

문학에 대한 비평과 해설은 내가 느끼고 감동받았던 부분, 그것이 비록 무지와 오해, 과장과 확대해석속에서 받았던 감동일지라도 그 사랑(감동)을 일정부분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강의였습니다.

처음 카프카의 변신을 접하고서 나는 몇 주 같은 생각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거 뭐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지? 벌레가 되었다 죽은 이야기는 뭐지? 뭘까?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는?’

같은 생각을 하며 산책길을 거닐다 나는 한참을 얼어붙어 그 자리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벌레가 되어 있다면?’
그러면 장차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빤히 보여주고 있었으며,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도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치 내가 처음부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변치 않는 존재인것 마냥 살고 있지만, 나는 어느날 이 가족들 사이에 ‘뚝’ 떨어져서 나의 역할과 관계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상태와 나의 역할이 깨어졌을때, 나의 아내와 나의 딸, 나의 아버지는 나를 버릴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아니, 그전에 그들의 행복을 위하여 나는 나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내 존재의 의미. 내 삶의 의미 따위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나는 그저 그 사이에 ‘뚝’ 떨어졌을 뿐입니다. 그러하니, 나는 내 존재의 의미, 내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여야 하는 것입니다.

나와 관계된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온전하게 존재할때 나와 함께 존재합니다.
그러하니, 나는 나를 누구보다 더욱 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그러하니, 나는 다른이들을 힘껏 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