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알랭 드 보통

1.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불행만큼 인간이 스스로 사로잡히는 대상이 또 있을까?

어느 미국인 과학자가 이 세계는 곧 멸망할 것이라고 … 발표하였다면, 그 예언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마지막으로 그 최후의 시간에 귀하는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귀하가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죽음의 위협에 놓인다면, 삶이란 갑자기 우리에게 너무 훌륭해 보일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계획과 여행, 정사, 연구 등을 그것ㅡ 우리의 삶ㅡ이 우리에게 감춰놓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뭐든지 끝없이 미루기만 하는 우리의 게으름 때문에 그런 것들은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영원히 불가능해질 위기에 처한다면 그런 것들은 다시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아! 만약 이번에 그 파국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잊지 않고 루브르의 새로운 전시실을 방문할 것이고, X양의 발치에 몸을 던질 것이고, 인도로 여행을 떠날 테니 말입니다.
파국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가운데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생활의 중심부 로 돌아온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거기서는 태만이 욕망을 잠재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굳이 파국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당장 오늘밤에도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러기에는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2.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미적으로 보면, 인간 유형의 수는 워낙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언제나,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가 아는 사람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 자신의 독자이다.
저자의 작품은 만약 그 책이 아니었으면, 독자가 결코 혼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어떤 것을 스스로 식별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시력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속에서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의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다.

그러면 왜 독자는 그 자신의 독자가 되기를 추구해야 할까?
왜 프루스트는 우리 자신과 예술작품 사이의 관계를 특권으로 생각했으며, 자신의 박물관 방문 습관에서 했던 것처럼 심지어 자신의 소설에서도 그랬던 것일까?
이에 관한 한 가지 답변은 이렇다. 예술이 단순히 우리를 살에 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우리에게 적절하게 감명을 주는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로 후작 현상(Marquis de Lau phenomenon, MIP)’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에 수반되는…

  • 후작현상(MLP) Mal de Débarquement Syndrome(말 드 데바르크망 증후군)
    : 배나 비행기 같은 장시간 흔들리는 이동수단을 이용한 뒤 내렸는데도 몸이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남는 현상
  • MLP의 혜택
    • 세상 어디에서나 내 집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 외로움의 치료제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배려의 말을 건네는 쪽은 상대방 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 지목하는 능력

3.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

1907년 어느 부르주아 청년이 발작으로 어머니를 죽이고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고

프루스트는 이렇게 썼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이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죽는 날에 그리고 종종 그보다 훨씬 더 일찌감치, 아들을 향해서 이렇게 꾸짖지 않을 정도로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끼치는 걱정을 이용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심어놓고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이용해서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프루스트의 구호인지도 모른다.
“너무 빠르지는 않게요(niale pas trop vite).”
이렇게 너무 빠르지는 않게 지나감으로써 얻는 이득이란, 그 과정에서 이 세계가 훨씬 더 흥미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아닐까? 니콜슨이 보기에는 “예, 우리는 오전 열 시에 모임을 열고’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른 아침이 악수와 지도와 종이 바스락거 라는 소리와 마카롱 과자를 드러낼 정도로 확장된 것이다. 여기서 유혹적인 달콤함을 가진 마카롱 과자는 우리가 “너무 빠르지는(trop vite)” 않을 때 인식하게 되는 것들을 가리키는 유 용한 상징 역할을 한다.

4. 성공적으로 고통받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