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1997년 가을, 벌초하고 달려간 공주 제일감리교회(현 공주기독교박물관) 문 앞에서 연우누나를 기다리던 내 모습이 너무 생생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