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
본질
고전
견(見)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바둥거리다가
어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
안도현 – 참 나쁜 시인이다.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내가 대학총장이라면 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How to use your eyes)에 대한 필수과목을 만들겠어요.
– 헬렌켈러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세상을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시내버스를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때로 화를 내며 때로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목이 멜 것이다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혀지던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기도 하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호학심사(好學深思)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 서영이에게 중에서 (수필집 ‘인연’, 피천득)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현재
카레닌에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뿐’
– 나폴레옹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 파우스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