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여우 길들이기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여우가 말했다.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날 다시 어린 왕자는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儀式)이 필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신나는 날이지! 난 포도밭까지 산보를 가고.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리잖아. 그럼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 거고……”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잊지 않도록 되풀이해서 말했다.


문득 묻고는 합니다.
“성실하게 보낸 오늘 하루에 여전히 서운함이 남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것은 오늘 나의 하루 속에 내가 길들이고 있는 여우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 길들이고 있는 나만의 여우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