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2024-9-100

상대적인 삶이 아니라 절대적인 삶을 위하여

1장 마흔, 왜 인생이 괴로운가 / 쇼펜하우어의 진리

01 삶은 전부 의지에 달려 있다 |고통|

모든 인생을 고통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의 본능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삶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로 보고, 영원히 살려는 맹목적인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인간이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인간 본성의 욕망이 고통만 주는 것은 아니다. 고통과 함께 그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 또한 삶에 대한 애착과 맹목적인 열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런 욕망을 잘 다스릴 때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봤다.

-고통을 깨달아야 인생을 깨닫는다
마흔부터 쾌락의 양을 늘려 나가기보다는 고통을 줄여 나가는 방법이 더 현명해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40대를 견디고 나서부터 70회 생일이 2년 지난 후 1860년 9월 21일 눈을 감을때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인생은 우리가 영원히 고찰해야 하는 대상이다.

02 인간은 욕망하기 때문에 욕망할 이유를 찾는다 |욕망|

인간은 무수한 욕망의 덩어리다.

-인간은 구체적으로 욕망한다
욕구할 이유를 찾아서 욕구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하기 때문에 욕구할 대상을 찾는다. 욕망을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본능이 지성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이다.

-욕망에는 선악이 없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인간의 성욕을 지성으로 잘 제어할 때 맹목적인 삶의 의지에 휘둘리는 일이 없다.
욕망을 자각하지 않으면 고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다.

03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과잉|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욕망의 최대 만족과 최대 결핍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은 같다
인간이 모든 고뇌와 고통을 지옥으로 보내 버린 천국에는 무료함밖에 남아 있지 않다.
“곤궁이 민중의 계속적인 재앙이듯이, 무료함은 상류 사회의 재앙이다.”
“고통과 무료함은 한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이 다가온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이런 길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내면의 풍요와 정신의 풍요다.

“정신이 풍요로울수록 내면의 공허가 들어갈 공간이 줄어든다.”

04 의도적인 배척도 필요하다 |결핍|

-변화하는 조건에 의존하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긍정적인 호기심과 부정적인 호기심을 구분하라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05 욕망은 필연이다 |충족|

-두려움과 희망의 근원은 같다
우리의 욕망의 만족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우리의 의식이 의지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가 끊임없는 희망과 두려움으로 여러 충동에 내몰려 있는 한, 우리가 의욕의 주체인 한 우리에게는 결코 지속적인 행복이 주어지지 않는다. 충족된 욕망은 한정돼 있지만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욕망이라는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
쇼펜하우어도 욕망의 여러 단계에 대해 언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 가능한 건강이다. 명예와 권력의 욕구는 타인의 마음에 비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허영이라고 비판한다. 자기실현의 욕망은 교육과 교양을 통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봤다.
인간의 욕망이 끝없는 목마름과 같이 영원히 충족할 수 없다면 불행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

06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다 |행복|

하나의 고통은 열의 쾌락에 맞먹는 힘을 가졌다.

-당연한 것은 세상에 없다
행복은 꿈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은 쾌락의 적극적인 추구가 아니라 고통의 감소 또는 결핍의 지양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충치가 생겼을 때는 다른 치아를 관리하기 전에 그 충치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행복에 가까워지는 확실한 방법
열가지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한 가지 고통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건강에 대해서 병을 예방하는 일이 쾌락을 추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2장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 쇼펜하우어의 자신

07 행복과 불행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성격|

-기질 속에 나의 길이 있다
쇼펜하우어도 인간의 성격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행동 방식이 바뀌어도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행복과 불행이 인간이 타고난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낙천적인 사람은 세상에서 더없는 행복을 누리고, 할머니가 우울증에 걸리고 아버지가 자살한 쇼펜하우어처럼 우울한 사람은 염세주의자가 된다는 관점이다.
그릇이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은 고통을 견딜 수 있지만 그릇이 작은 사람은 작은 고통에도 불평불만을 한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뿐만 아니라 고통을 수용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모든 행위는 자기 본성의 동기에 따라 이뤄진다. 성격의 변주곡에 불과하다. 동일한 성격이 수백 가지의 다양한 인생 행로로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 성격에 규정된 인생의 행로를 갈 뿐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도 이런 성격에 지배를 받고 있다.

-고쳐 쓰지 못하면 바꿔 쓸 수 있다
쇼펜하우어도 타고난 성격이 평생 바뀌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교육 등 노력에 의해서 성격의 후천적인 개선과 변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우리의 성격을 바꿈으로써,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힘으로써 세상을 다르고 풍부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오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개선할 수 있다.

08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하라 |능력|

인간이 타고난 성격과 기질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면 행복과 불행은 이미 결정돼 있다. 쇼펜하우어는 성격이 불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교육으로 제2의 성격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후천적으로 “획득된 성격”이다.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
“물고기는 물에 있어야, 새는 공중에 있어야, 두더지는 땅속에 있어야 행복하다.” 주어진 개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자신의 인격에 부합하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일과 생활 방식, 직업을 찾아서 능력을 발휘해야 행복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자신의 개성에 맞지 않는 일은 피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자기 인식을 통한 후천적 성격을 얻기 위해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많은 지식이 인간을 쓸모없고 둔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지식을 쌓아야 자신의 개성대로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이다
쇼펜하우어는 가치의 기준을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고 인격에 부합하는 일에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09 행복과 불행을 상상하지 마라 |감정|

쇼펜하우어는 지능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살려는 의지에 봉사하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라고 봤다.
오히려 행복은 그런 지성이 과도하게 작동하여 생겨나는 상상이나 기억을 제한해야 얻을 수 있다.

-기억과 예견은 착각이다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 전도서 1장 18절
쇼펜하우어에게 지성은 이 세계의 본질인 의지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성은 의지가 객관화되는 단계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며, 인간 행위의 동기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살려는 의지다.

-돌아보지 말고 내다보지 마라
인간은 반성과 거기에 따르는 심리 작용 때문에 동물도 갖는 쾌락이나 고통에서 발전한 행복과 불행이라는 격상된 느낌을 갖는다.
괜한 상상으로 예전에 자신이 당한 불의, 손해, 손실, 명예훼손, 냉대, 모욕 등을 다시 생생히 떠올리거나 마음속에 그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의 행복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의 행복을 미루지 마라.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며 쓸데 없이 맞고 또 맞고 또 맞는다.
– 너진똑

10 고통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죽음|

-나와 상관없이 세상은 잘 돌아간다

-죽음은 고통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11 모든 인생사는 수난의 역사다 |삶에의 의지|

자살은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희망을 보여 주는 점에서 삶에 대한 긍정이다.
죽도록 잘 살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삶의 긍정이라는 삶의 부정

-존재하지 않고 행복할 수 없다

3장 무엇으로 내면을 채워야 하는가 / 쇼펜하우어의 행복

12 행복의 90퍼센트는 건강에 좌우된다 |건강|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려면 오래 살아봐야 한다.
p.102

-건강한 정신력을 위해 그에 맞는 노력을 하라
-명랑해야 잘 살 수 있다

13 마음의 안정이 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 |평정심|
-마음의 평정을 찾는 네 가지 방법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라

14 예술 감각을 갖춰라 |관조|
-자연 앞에 인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음악은 의지를 울린다

15 인생의 무게 중심을 밖에서 안으로 옮겨라 |향유|
-인생의 질을 결정짓는 한 가지
-타인에게 방해받지 마라

16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한정돼 있다 |독서|
-양서를 읽기 위한 세 가지 조건
-군주처럼 사유하라

17 문체는 정신의 관상이다 |글쓰기|
-글에 필요한 두 가지, 단호함과 확고함
-그럴듯하게 보여 주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써라

4장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 쇼펜하우어의 관계

18 영원을 위해 사랑한다 |본능|
-사랑은 영원히 살아 있음을 상징한다
-사랑의 형이상학

19 사랑은 이상향이자 현실이다 |연애|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이는 이유
-서로의 차이만 기억한다면 사랑은 행복한 착각이다

20 결혼은 공동의 실존이다 |결혼|
-사랑과 결혼 그 후를 내다보라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행복에 가까워진다

21 인간은 더 완벽해지기 위해 사랑을 한다 |조건|
-나와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실존적 이유
-사랑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라

22 당신의 거리를 유지하라 |관계|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마라
-함께하기와 거리 두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23 혼자 있는 법을 익혀라 |고독|
-홀로 있는 능력이 생겼을 때 가치 있게 살 수 있다
-온전히 혼자 있어 보라

24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껴라 |공감|
-인간의 양가감정
-사랑하지 않아도 미워하지 말 것

5장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 쇼펜하우어의 인생

25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짧다 |만족|
-행복은 항상 과거형이다
-자신에게 알맞은 행복이 있다

26 현재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현재|
-현재를 살아라
-하루하루는 하나하나의 인생이다

27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라 |개성|
-원하는 바를 알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자기 자신으로 행복하라

28 얼마나 소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
-행복한 부자, 불행한 부자
-돈의 크기보다 돈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29 타인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존감|
-나도 남을 평가할 수 없고 남도 나를 평가할 수 없다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라

30 나 자신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자기 긍정|
-인격이 관점을 결정하고 관점이 세계를 결정한다
-내가 깨달은 것만큼이 나의 세계다

bookmark_border안나 카레니나, А́нна Каре́нина(1877)

2024-8-100

안나 카레리나 등장인물

안나 카레리나 – 책 들려주는 창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복수는 나에게 있으니, 내가 이를 갚으리라.

나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직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시는 그와 같은 추악한 경멸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누구나 자신의 재산에는 만족하는 법이 없지만 자신의 지혜에는 쉽게 만족하는 법이다.

억지로 되는건 아닙니다요. 그 힘이 대항해 왔다.

아마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만 만족하고 슬퍼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즐거움은 진리의 발견에 있지 않고 그 탐구 속에 있다.

신은 내게 하루를 주셨고 힘을 주셨다.

긍정적으로 보지 않으면 회피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당신이 그 때의 일을 잊어 주시고 용서해 주시기를…”
“나는 잊을 일도 용서할 일도 없어요. 줄곧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녀의 행복에서 그는 행복했다.

그의 능력의 절반은 자기를 기만하는데 쓰이고 그 나머지 절반은 이 자기기만을 변호하는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가정생활에 발을 들여 놓자 그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그것이 자기가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한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미끌어져 가는 거룻배의 미끄럽고 행복한 진행을 넑을 잃고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그 뒤 자기가 그 거룻배에 타고 느끼는것과 같은 그런 기분을 경험했다.
말하자면 몸을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어느 쪽을 향해서 갈것인가를 잠시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발 밑에는 물이 있고 노 저어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것, 익숙하지 않은 손에는 그 것이 아프다는 것, 그저 보고만 있을때에는 손쉬운 것 같았지만 막상 자기가 해보니까 무척 즐겁기는 하나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통감하였다.

나는 행복하오. 그러나 늘 나에게는 불만이오.

소극적으로 정당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인간이 익숙해질 수 없는 조건이란 없는것이며 주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볼때에는 더욱 그런 것이다.

그 여자는 못된 여자예요. 글쎄 그 놈의 터무니 없는 정렬인지 뭔지 원. 왜냐하면 모든게 뭔가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지혜의 오만


대단한 소설입니다. 언젠가 책으로 꼭꼭 씹어가며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살기 위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에게 연민을 느낍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도 잘 살아가야 합니다.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신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모두에게 공헌하는 그런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bookmark_border여덟 단어

자존

본질

고전

견(見)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바둥거리다가
어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 참 나쁜 시인이다.

내가 대학총장이라면 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How to use your eyes)에 대한 필수과목을 만들겠어요.
– 헬렌켈러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세상을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시내버스를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로 화를 내며 때로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혀지던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기도 하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호학심사(好學深思)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 서영이에게 중에서 (수필집 ‘인연’, 피천득)

현재

카레닌에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뿐’
– 나폴레옹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 파우스트 중에서

권위

소통

인생

bookmark_border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 하리라

신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라

이 세상에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 묻고 가슴에 물어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 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든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천 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 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그리하여 내 가슴의 땅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
평생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지금 살아 있음에 눈물로 매 순간 감사하나니
이 떨림들이 고여 삶이 되는 것

아, 그 때 나는 꿈을 이루게 되리니
인생은 시詩와 같은 것
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인생은 꿈으로 지어진 한 편의 시

bookmark_border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행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히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P.32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P.55

’19. 작가님과 작가님의 글은 얼마나 닮았나요?’
P.141

“하루를 무지 바쁘게, 무지 빡세게 보냈는데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싫었던 것 같아. 너는 나중에 이런 기분 느끼지마. 뿌듯함을 느껴.”
P.185

하지만 영주는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로 바로 치환하기 싫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휴남동 서점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라고
P.185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바람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녁 바람만 맞으면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다행인가. 지옥엔 바람이 없다는데 그럼 여기가 지옥은 아닌 듯 하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P.194

“이 찻집도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미래의 수많은 순간에 지금 이 날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P.231

“그 아리……라는 분은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했는데요. 그가 말한 행복은 전 생애에 걸친 성취를 말해요.”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나요? 왜 아리라는 분이 말한 행복이 싫어졌어요?”
“행복하지 않아서요.”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P.236

“마음이 답답한게 아니라 조급한 것 같은데.”
“네?” 민철이 고개를 들며 대꾸했다.
“잘하는 것이든 좋아하는 것이든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한것처럼 보여.”
P.272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보니 공허해졌고, 공허함을 이기려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P.274

“아까 말했잖아. 솔직하게 쓰라고. 정성스럽게 쓰라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그렇게 쓴 글이 제대로 잘 쓴 글이야.”
P.276

“커피를 내릴 때 커피만 생각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셈인가……”
“바로 그게 수행의 기본 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기. 지금 민준씨가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P.279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떤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
P.307

bookmark_border여행의 기술

알랭드 보통 여행의 기술

  • 정영목 옮김

출발

1. 기대에 대하여

우리는 여행의 현실이 우리가 기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하다.
P.21

2. 여행을 위한 장소에 대하여

보를레르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대로 ‘어디라도! 어디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이었다.
P.49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 -자동판매식 식당 (1927년)

동기

3.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플로베르

우리가 뭍에서 본 것은 몰이꾼이 끌고 가는 낙타 한 쌍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두에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 아랍인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내리자 귀가 멍멍할 정도의 아우성이 들려왔습니다. 흑인 남자, 흑인 여자, 낙타, 터번을 두른 사람과 그 좌우의 처첩들이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건초로 배를 채우는 당나귀처럼 색깔들을 집어 삼켜 배를 가득 채웠습니다.
P.97

암스테르담에서 내가 열광한 것은 그런 경우였다. 그것은 영국에 대한 나의 불만과 관련되어 있었다. 현대성이나 미학적 단순성의 결여, 도시적 삶에 대한 저항, 그물 커튼을 걸어두는 심리에 대한 불만.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P.102

지도의 어떤 땅덩어리에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선을 그어 놓고 그것을 다른 땅과 구분하는 조국의 관념, 그런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조국은 내가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즉 내가 꿈을 꾸게 해주는 나라이고,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나라입니다. 나는 프랑스인인 만큼이나 중국인이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가 아랍인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에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패배로 인해 슬픔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거칠고, 인내심 있고, 완강한 사람들, 최후의 원시인들을 사랑합니다.
P.129

4. 호기심에 대하여

훔볼트

그러나 마드리드에는 모든 것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모든 것은 이미 측정되어 있었다.

‘보나비아 바실리카는 18세기 이탈리아 바로크의 영향을 받은 교회로, 스페인에서는 보기드문 건물이다. … 내부는 타원형 돔, 서까래가 서로 교차하는 둥근 천장, 미끈한 배내기, 풍부한 치장 벽토로 우아한 모습을 자랑한다.’
훔볼트의 호기심의 수준이 내 수준보다 한참 높았던 것 (그리고 그가 나와는 달리 침대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은 사실을 찾아 나선 여행자는 구경을 하려는 목적을 가진 여행자에 비해서 여러 가지로 유리한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P.142

내가 알게 되는 모든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 보다는 나에게 개인적인 유익을 준다는 점에 의해서 정당화 되어야 했다. 나의 발견이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그 발견들이 어떤 면에서는 “삶을 고양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했다.
“삶을 고양한다”는 표현은 원래 니체가 사용한 것이다.

니체는 이 이세이에 「삶을 위한 역사의 용도와 불리한 점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달고, 유사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실들을 수집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독특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진정한 과제는 “삶”을 고양하기 위해서 사실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괴테의 문장을 인용했다.
“나는 나의 활동에 보탬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
P.146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사실들을 발견한 탐험가들은 그런 행동을 통해서 의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 놓았다. 이런 구별은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불변의 진리로 굳어져, 마드리드의 중요한 것들은 이미 가치가 확정되어 버렸다. 라 빌라 광장은 별 1개, 팔라시오 레안은 별 2개, 데스칼라스 레알레스 수도원은 별 3개, 오리엔테 광장은 별 없음.
P.148

그는 흥분해서, 4,980미터 이상 올라가면 파리가 발견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기록했다.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물어볼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 준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파리를 보었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 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여행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물을 볼 때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며, 질문이 없으로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P.158

훔볼트에게 그런 큰 질문은 “왜 자연이 지역마다 다를까?”하는 것이었다. 산 프란시스코 엘 그란데 성당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 질문은 “왜 사람들은 교회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일 수도 있고, 심지어 “왜 우리는 섬기는 것일까?”일 수도 있다. 이런 소박한 출발점으로부터 시작해서 호기심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왜 지역이 달라지면 교회도 달라질까?”, “교회 건축의 주료 양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주요 건축가들은 누구였고, 그들은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을까?”하는 질문들을 포괄할 수도 있다.
P.161

풍경

5.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워즈워스

… [자연은] 우리 내부의 정신을 가르치고,
고요함과 아름다움으로 감명을 주고,
또 높은 사색으로 양육하기에,
험한 말이나 경솔한 판단도,
이기적인 사람들의 조롱도,
친절한 마음이 깃들지 않은 인사도,
또한 일상 생활의 온갖 황량한 교제도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며,
또한 우리를 바라보는 모든 것이 축복으로 가득하다는
명랑한 심념을 흐트리지도 못하리라
– 틴턴사원 몇 마일 위에서 지은시

그는 자연 속에 이러한 경험을 “시간의 점(spot)”이라고 불렀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 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P.198

숭고함에 대하여

아름다운 풍경은 많다. 봄의 초원, 완만한 골짜기, 떡갈나무, 꽃무리(특히 데이지), 그러나 이런 것들은 숭고하지 않다.
“숭고함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관념은 종종 혼동된다. 이 두 말은 서로 매우 다르고 또 정반대인 사물들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버크는 그렇게 불평했다.

“거세된 수소는 아주 힘이 센 동물이다. 그러나 순진한 동물이며, 매우 쓸모 있고, 전혀 위험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거세된 수소라는 관념은 결코 웅장하지 않다. 거세되지 않은 황소도 힘이 세다. 그러나 그 힘은 종류가 다르다. 매우 파괴적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거세되지 않은 황소라는 관념은 위대하다. 따라서 이 관념은 숭고한 묘사에, 감정을 고양하는 비교에 자주 등장한다.”
P.213

예술

7. 눈을 열어 주는 미술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호 – 사이프러스(1889년)
빈센트 반 고호-별이 빛나는 밤에(1889년)

“이곳의 색깔은 미묘해. 녹색 잎이 선명할때는 선명한 녹색이야. 북부에서는 보기 힘든 녹색이지. 잎이 타들어 가고 먼지가 끼었을때도 풍경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아. 그때는 또 다양한 색조의 황금빛이 깔리기 때문이지. 녹색을 띤 황금빛, 노란색을 띤 황금빛, 분홍색을 띤 황금빛…… 그리고 이 황금빛은 파란색과 결합되는데, 이 파란색은 또 물의 짙은 진보라색으로부터 물망초의 파란색, 코발트색, 특별히 맑고 밝은 파란색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채로워.”
P.252

반 고흐는 누이에게 설명했다. “밤은 낮보다 색깔이 훨씬 더 풍부해…… 잘 보면 어떤 별들은 레몬 빛 노란색이고, 어떤 별들은 분홍색, 또 녹색, 파란색, 물망초색으로 빛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내가 굳이 나서지 않는다 해도, 그냥 짙은 남색 표면 위에 하얀 점들만 찍어 놓은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사실은 분명하잖아.”
P.253

8.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러스킨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앞서 보았듯이, 기념품인 양탄자를 산다거나, 자기 이름을 기둥에 새긴다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를 포함하여)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 없이,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를 묘사하는 것이다.
P.277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데생을 연습할 만한 가치를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P.279

나무 한 그루를 그리는 데는 적어도 10분간의 예리한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예쁜 나무라 해도 행인을 1분 이상 잡아둘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P.280

존 러스킨-공작의 가슴 깃털 스케치(1873년)
존 러스킨-구름들

그 덩어리의 움직임은 엄숙하고, 연속적이고, 불가해하다. 내적인 의지로 살아 움직이는 듯,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에 강제된 듯 꾸준하게 나아가거나 물러난다.
P.295

저 나무들은 너무도 불편한 자세로 서 있지만 강철같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 바위도 그 옆에서는 구부러지고 부서진 것처럼 보인다.
P.296

귀환

9. 습관에 대하여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팡세] 단장 136
P.304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하찮고 일상적인 경험-을 잘 관리함으로써 그것을 경작 가능한 땅으로 만들어 1년에 세번 열매를 맺게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은 운명의 솟구치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시대와 나라가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운 물줄기 속으로 밀려들어가면서도 늘 그 위에 코르크처럼 까닥거리며 떠 있다. 이런 것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인류를 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 즉 적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소수(극소수)와 많은 것을 가지고 적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다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에서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메스트르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파자마를 입고 자신의 방 안에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우리에게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의 옆구리를 찌른다.
P.318


군산여행을 할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여행의 기술’을 읽던 저녁 해질 무렵과 아침 해가 뜨던 옥상의 모습이 선합니다.

‘의미 있는 하루’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던 저녁녘, 그 시간에, 그 하루가, 갑자기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모든 하루는 의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 하루를 인식할 수 있을 때 (그 하루를 인식할 수 있는 공간, 인식할 수 있는 시간에 있을 때) 그 하루는 갑자기 ‘의미있는 하루’가 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하루를 위하여 저녁 시간 책을 읽어야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 짬을 내어 하루를 돌이켜 보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을 때(나를 불러 줬을 때) 비로소 그 하루가 보이고 의미가 있어집니다.

의미 있는 하루, 의미 있는 여행, 의미 있는 삶.
그것들은 내가 그것들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어집니다.
하여, 돌이켜 보고 관찰하고 살펴보고 그것들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bookmark_border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우종영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얼굴 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 반칠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P.45

느림보라는 별명이 꼭 어울리는 회양목. 그러나 그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회양목은 그 속을 다지고 또 다져서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조들은 회양목을 가리켜 ‘도장나무’라 불렀다.
– P.100

벌레가 생긴다는건 그 벌레를 잡아줄 새가 주변에 없다는 얘기니까 내가 새를 대신하는 거지.
가지 하나를 떨어뜨릴때도 마찬가지다. 산에 있었더라면 바람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갔을 가지들을 쳐 내면서, ‘이건, 바람 대신이야’ 하고 되니인다.
– P.106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한 그 소녀와의 짧은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불현듯 되살아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어디선가 라일락 향이 느껴질 때면 그 아련한 그리움은 한층 더 가슴을 파고 든다. 처음이었기에 더 애틋하고 가슴 시렸던 나의 ‘첫’사랑
– P.128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거리……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던진 한마디.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 P.217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가도
우리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에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를 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밭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 박노해. <해거리>중에서
– P. 221

아마도 여행길에 한번쯤은 그런 나무들을 본 적이 있을거다. 나무라고 하기엔 모양새가 이상한 그런 나무들 말이다.
그걸 이른바 ‘곡지曲枝’라고 한다.

곡지는 나무가 남긴 투쟁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겠다는 모진 다짐의 결과물인 것이다.
– P.248

나무에게 땅에 묶여 평생을 사는게 숙명이라면, 뿌리를 내린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운명이다.
나무란 놈은 워낙에 그걸 잘 알고 있는지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주변의 환경에 강하게 맞선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이 땅 어느 생명보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나무는 결코 자신의 삶에 느슨한 법이 없다.
– P. 249


해거리를 하는 중입니다.

망나니 같은 윗사람들을 볼게 아니라 밭 아래로 얼마나 다져지는지를 살펴야 할 때입니다.

bookmark_border대지

대지 – 펄벅

왕룽 오란 렌화 리화 뚜첸 칭

  1. 왕룽의 결혼 – 황부자집에서는 왕룽에게 돈을 받고 부엌에서 일하는 종인 오란을 준다.
  2. 왕룽의 결혼생활 – 오란의 살림솜씨
  3. 득남
  4. 지혜로운 여인 – 나아지는 살림
  5. 정초 – 황부자집의 땅을 삼.
  6. 둘째 아들, 새 땅의 추수
  7. 작은 아버지, 딸 출생
  8. 땅 매입, 가뭄
  9. 땅을 팔지 않고 도시로 떠남
  10. 화차
  11. 도시 생활 – 빈민구제급식소.구걸.인력거 일
  12. 둘째의 도둑질
  13. 부자들이 너무 부유해지면
  14. 봄, 전쟁, 황금
  15. 귀향
  16. 보석,땅 매입
  17. 칭, 아들교육
  18. 홍수, 찻집
  19. 롄화
  20. 작은아버지네, 후실
  21. 집안 식구와의 갈등
  22. 대지의 치유. 큰아들의 사춘기
  23. 메뚜기 시련 건강
  24. 아들과 롄화
  25. 오란의 병
  26. 아들의 결혼. 두 장례식
  27. 홍수. 아편
  28. 이사 계획
  29. 황부자집 이사. 칭의 죽음
  30. 부유한 자가 너무 부유해지면. 유산. 손주들
  31. 당숙 씨앗(휘트먼)
  32. 막내아들
  33. 리화. 딸에 대한 안심
  34. 땅을 팔지 마라


[출처] 대지(펄벅)/책임을 지고 산다는 아름다움-타인의 문화에 대한 이해|작성자 엘뤼

bookmark_border과학과 철학

과학과 철학

결정론, 숙명론, 블록우주이론 : 결정론 :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가?

안드로메다 패러독스 : 아인슈타인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데이비드 루이스 : 시간여행의 정의

인공지능은 생각하는가? : 존 설 : 중국어 방 논증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 : 칼 융 : 동시성 현상과 홀로그램 우주이론

과학전쟁 : 앨런 소칼 : 지적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