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들에 대하여

봄이 오니 온 동네에 산수유꽃, 봄까치꽃, 광대나물꽃, 매화꽃, 살구꽃, 목련꽃, 개나리꽃, 벚꽃들이 피어납니다. 나는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향기를 맡고 손으로 만져봅니다.

나는 그것들을, 그 꽃들을 보고 ‘예쁜 꽃들이 피기 시작하였다’라는 빈곤하기 짝이 없는 표현으로 일기에 적었습니다. 아주 가난하기 그지없는 어른입니다.

노란색이여서 황금 같고
하얀색을 띤 분홍색이고
휴지로 말은 것 같은 꽃이라니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써봅니다.


다시 쓰는 봄

– 휘경

이 봄은 어찌 이리 낮선가?
처음 보았거나, 수십년만에 본 것인양
내 다시 보니
이 봄의 꽃들은 어찌 이리도 낮선가?

하얀 순백의 속살을 드러내는 목련은
감히 만지기가 망설여지고

노랑 노랑을 뽐내며
줄줄이 일어나는 개나리는
봄 햇살에 한껏 신이 난 개구쟁이 같고

일렬종대로 도열한 분홍빛 벚꽃들은
마치 금메달을 따고 귀향하는 나를 환영하는 듯 하다가
금새 하얀 색종이 하늘 가득 메우며
이 봄날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봄날을
향기만 남기고 스쳐가는 이 생경한 봄날을
나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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