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ark_border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행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히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P.32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P.55

’19. 작가님과 작가님의 글은 얼마나 닮았나요?’
P.141

“하루를 무지 바쁘게, 무지 빡세게 보냈는데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싫었던 것 같아. 너는 나중에 이런 기분 느끼지마. 뿌듯함을 느껴.”
P.185

하지만 영주는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로 바로 치환하기 싫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휴남동 서점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라고
P.185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바람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녁 바람만 맞으면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다행인가. 지옥엔 바람이 없다는데 그럼 여기가 지옥은 아닌 듯 하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P.194

“이 찻집도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미래의 수많은 순간에 지금 이 날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P.231

“그 아리……라는 분은 행복과 행복감을 구분했는데요. 그가 말한 행복은 전 생애에 걸친 성취를 말해요.”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나요? 왜 아리라는 분이 말한 행복이 싫어졌어요?”
“행복하지 않아서요.”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P.236

“마음이 답답한게 아니라 조급한 것 같은데.”
“네?” 민철이 고개를 들며 대꾸했다.
“잘하는 것이든 좋아하는 것이든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한것처럼 보여.”
P.272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보니 공허해졌고, 공허함을 이기려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P.274

“아까 말했잖아. 솔직하게 쓰라고. 정성스럽게 쓰라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그렇게 쓴 글이 제대로 잘 쓴 글이야.”
P.276

“커피를 내릴 때 커피만 생각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셈인가……”
“바로 그게 수행의 기본 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기. 지금 민준씨가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P.279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떤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