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 1

담론책커버
  • 저자 : 신영복
  • 출판 : 돌베게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1. 가장 먼 여행

나는 20년 수형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깨달은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의 결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히 완고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주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의 상한上限이 공감입니다. p.14

개념과 논리 중심의 선형적 지식은 지식이라기 보다 지식의 파편입니다. 세상은 조각 모음이 아니고 또 줄 세울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강의는 여기저기 우연의 점들을 찍어갈 것입니다. 순서도 없고 질서도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날 문득 인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이 모여서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저기 우연의 점들을 찍어 나가다 그것이 서로 연결되어 면面이 되고 장場이 됩니다. P.15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씁니다. ‘工’은 천天과 지地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농기구로 땅을 파헤쳐 농사를 짓는 일이 공부입니다.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기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 인식과 성찰이 공부입니다. P.18

옛날에는 공부를 구도求道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구도는 반드시 고행이 전제됩니다. 그 고행의 총화가 공부입니다. 공부는 고생 그 자체입니다. P.18

<머리-가슴-발>의 그림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P.19

2. 사실과 진실

우리의 사고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쉬르의 언어구조학이 그것을 밝혀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라는 그릇은 지극히 왜소합니다. 작은 컵으로 바다를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컵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이 바닷물이긴 하지만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P.24

영상서사 양식 vs. ‘바다’ 단어
언젠가 찾아갔던 그 ‘바다’. 그러나 바다 영상 앞에서 인식 주체가 할 일은 없습니다.

인식이란 양적인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외부를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악의 상상력, 영상서사의 압도적 전달력을 소중히 계승하되 이것이 갖고 있는 결정적 장단점을 유연하게 배합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P.28

문사철의 추상력과 함께 그것의 동일성 논리, 시서화악의 상상력과 함께 그것의 주관성과 관념성, 그리고 영상서사의 압도적 전달력과 함께 인식주체의 소외 문제를 해결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P.28 P.29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 중영복 선생님의 강연 中

엽서를 읽는데 10분 정도 걸려요. 사람들은 그걸 10분 짜리로 착각해요. 나는 그걸 한달 동안 머릿속에서 교정을 반복하며 써요.

누구든 한달을 쓰면 그 만큼 써요.

지식의 지도를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매일 보고 고치고 해요.

여럿이 함께.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나요.

유법불가 무법불가 有法不可 無法不可
법은 오래된 미래이고 그것을 존중해야 해요. 그러나 법에 틀에 규칙에 갖혀서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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